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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울의 나라 엘리스, 붉은여왕의 역설 / 베르나르 베르베르
    [book in book] with_a 2020. 7. 25. 19:26

    붉은 여왕의 역설



      붉은 여왕의 역설은 생물학자 리 밴 베일른이 제기한 것이다. 그는 루이스 캐럴의 '거울의 나라 엘리스' ('이상

    한 나라의 엘리스'의 속편)의 한 장면을 예로 든다. 이 소설에서 엘리스는 카드 게임의 붉은 여왕과 손을 잡고 미

    친듯이 달린다. 이때 소녀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붉은 여왕님, 정말 이상하네요. 지금은 우리는 아주 빨리 달리고 있는데, 주변의 경치는 조금도 변하지

    않아요. 지금 우리는 아주 빨리 달리고 있는데, 주변의 경치는 조금도 변하지 않아요."


      여왕은 대답한다.


    "제자리에 남아 있고 싶으면 죽어라 달려야 해."


      리 밴 베일른은 종들 간의 진화 경쟁을 설명하기 위해 이 은유를 사용한다. 전진하지 않는 것은 곧 후퇴하는 것

    이다. 제자리에 남아 있기 위해서는 주변의 다른 것들만큼 빨리 달려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해 보자. 어느 한 시점에서 자연 선택의 양상이 가장 빠른 포식자들에게 유리하게 전개된다면, 동

    시에 가장 빠른 피식자들도 빨리 도망갈 수 있으므로 이점을 갖게 된다. 결과적으로 포식자와 피식자 간의 힘의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개체들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게 된다.


      붉은 여왕의 역설 이론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은 진화한다. 그리고 우리가 제자리에 남아 사

    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 환경과 같은 속도로 진화해야 한다.>


      리 밴 베일른은 또 하나의 예를 든다. 바로 난초 꽃 속에 긴 대롱을 집어넣어 꿀을 빨아먹는 나비이다. 나비는 꿀

    을 빨면서 머리에 꽃가루를 묻히게 되며, 그것을 운반하여 다른 꽃들을 수정시킨다.


      그러나 나비들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대롱 역시 길어졌고, 녀석들은 꽃가루를 건드리지 않고도 꿀을 빨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결과로 가장 깊은 꿀샘을 가진 난초들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꿀샘이 깊어야만 나비들이 꽃

    가루를 묻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꽃은 변화에 적응하여 꿀샘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늘였고, 그 결과 작은 나비들은 사라지고, 큰 나비들은

    더욱 번성하게 되었다. 각 세대마다 꿀샘이 가장 깊은 난초 꽃들과, 대롱이 가장 긴 나비들이 선택되었다. 그 결과

    꿀샘의 깊이가 25센티미터나 되는 난초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이 붉은 여왕의 역설은 바로 다윈의 이론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다윈의 자연 선택과 달리 종들은 함께 진화하며, 환경과 조화를 이루려고 변형된다고 주장하기 때

    문이다. 자연 선택을 결정하는 요인은 환경의 변화를 따라가는 능력인 것이다.


      리 밴 베일른은 이 붉은 여왕의 역설을 통해 포식자 / 피식자 간의 무기 개발 경쟁, 나아가 인간의 칼과 방패의 발

    전 과정까지 설명한다. 칼이 날카로워질수록 방패도 두꺼워진다. 핵미사일의 파괴력이 높아질수록, 벙커는 더욱 깊

    어지고, 방어 미사일도 더욱 빨라진다.



    청개구리의 슬픔



      우리 모두가 열심히 살아간다. 열심히 달리고 또 달리고를 반복한다. 좀 처럼 나아지지 않는 까닭은 붉은 여왕의 역

    설처럼 남들 모두가 열심히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때문에 더 나아감을 경험할 수 없다. 많은 책들은 오히려

    이럴 때에 멈추라고 이야기 한다. 너무 빠르게 달려서 주위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방향성을 잃고 어디로 나아가는지도

    모른채 그저 앞으로만 가는 것을 멈추라고 한다. 혹은 자신이 움켜쥐고 있던 열심을 내려 놓으라고 이야기한다.


     이상하게도 우리는 더 빨리 어떤 것을 해결하기 위해 빠른 것들은 잔뜩 만들어 냈다. 이메일이라는 것을 발견해서 몇

    초안에 수백만 미터의 떨어진 곳까지 단 몇 초만의 편지를 보낼 수 있고, 하늘을 날아서 하루만의 어디든 갈 수 있다.

    4G의 LTE를 선전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5G가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우리가 빨라짐을 포기해야 빨라짐으로 부터 탈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빠른 세대의 살아가는 우리에게 멈추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무서운 말이다. 우리는

    잠시 멈춰서서 자신을 돌아보고 방향성을 재조정하는 그 시간에 누군가는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한

    참을 뒤쳐지게 된다. 그 뒤쳐짐을 우리는 좀처럼 이겨낼 수 없다.


      항상 반대로 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청개구리'라고 한다. 이는 '청개구리의 슬픔'이라는 동화 속에서 기인한다. 동화 

    속에서 청개구리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 반대로 행동한다. 이것을 하라면 저것을 하는 식이다. 청개구리의 어미는 청개

    구리의 이 반대로 하고 싶어하는 행동을 깨닫고 자신이 죽으면 냇가에 묻으라고 유언을 남긴다. 청개구리가 그러면 양

    지 바른 곳에 묻어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허나 항상 자신이 반대로 행동하기를 마침내 반성했던 청개구리는 어머니의

    유언 그대로 냇가에 묻는다. 그리고 비가 내리는 날이면 무덤이 떠날까 두려워 항상 슬픔에 잠겼다는 일화이다.


      모두가 앞으로 달리는 상황에서 거꾸로 달리면 오히려 새로운 시야가 열린다. 앞으로 달려서 좀 처럼 나아가지 않는다

    면 뒤로 달리면 된다. 똑같은 노력을 주어 반대로 달린다면 반대로 달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 참을 앞서나갈 수 있을 것

    이다. 아마 그런 사람들이 우리가 아는 스티브 잡스이거나 마크 저커버그이거나 빌 게이츠들이다. 그들은 남들과 똑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반대로 달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도 안가는 길로 갔다.


     몇 명을 죽이면 살인자가 되지만 수백만명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는 말이 있다. 앞으로 달리는 것이 너무 힘이 들 때, 혹

    은 멈추는 것조차 조바심이 날 때 뒤로 달린다면 우리는 엄청난 멋진 그림을 마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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